어린이 성폭력 예방·대처 요령…

작성자: 최고관리자님    작성일시: 작성일2009-12-14 10:04:00    조회: 4,947회    댓글: 0
  어린이 성폭력 예방·대처 요령…
아이들을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해주세요


올 한해를 보내면서 자녀를 키우는 이들이라면 ‘조두순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이다. 경기도 안산에서 지난해 12월 발생했으나 일반에는 지난 7월말 항소심이 열리면서 알려졌다.
나영(가명)이는 학교에 가다 조두순에게 근처 건물 화장실로 끌려가 성폭행을 당했고, 그 후유증으로 장기 상당 부분을 잘라내 배변주머니를 단 채 지내고 있다. 몸만 아픈 것이 아니다. 올 봄까지 악몽에 시달리며 잠을 잘 이루지 못할 만큼 마음도 크게 다쳤다. 그런 나영이가 요즘 “의사가 되겠다”는 밝은 꿈을 키우고 있다. 나영이가 다시 웃고, 밝은 꿈을 꾸게 된 것은 성폭력피해아동지원기관인 서울해바라기아동센터 심리치료 덕분이다.
나영이의 심리치료를 맡고 있는 임상심리전문가 최지영씨는 “나영이가 수면장애가 아직 남아 있기는 하지만 올초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면서도 “치료보다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이에게 일어나선 안 될 일, 어떻게 하면 예방할 수 있을까.
최씨는 “부모가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면서 대화를 통해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어린이 성폭력 피해 예방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아이가 부모에게 존중받으면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본인이 원치 않는 상황에선 ‘싫어요’ ‘안돼요’라고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평소 머리를 툭툭 치거나 ‘무조건 어른(부모) 말을 들으라’고 윽박지르면서 ‘나쁜 사람이 몸을 만지려고 하면 싫다고 하라’고 가르치는 것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 아빠가 뽀뽀를 하려고 할 때 아이가 싫다고 하면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뽀뽀도 하지 않는 등 일상생활에서 아이를 존중해줘야 한다.
최씨는 “아이의 동선을 파악해두고, 나이에 알맞는 성교육을 하면서 위험한 상황을 연극처럼 재연해서 대처요령을 가르쳐 주면 효과가 크다”고 일러 준다. 학교 학원 친구집 등 평소 아이가 자주 다니는 길을 부모가 함께 다니며 위험한 곳은 없는지 살피고 위험한 상황이 일어났을 때 피할 만한 곳을 알려주도록 한다.
최씨는 “아이에게 저항하라고 가르치는데 나영이는 그렇게 하다 머리를 부딪쳐 더 크게 다쳤다”면서 “위협적인 상황에서 싫어요 안돼요 말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부모가 어떤 교육을 시켜도 나쁜 어른이 있는 한 100% 예방은 어렵다. 아이에게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을 때 제대로 대처하는 일이 예방 못지않게 중요한 이유다.
호남해바라기센터 신기숙 소장은 “아이들은 성폭행이나 성추행을 당하고 나면 혹시 자기 잘못이 아닐까 싶어 부모에게 얘기하기를 두려워 한다”면서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면 아이를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깊은 잠을 못자며 밤에도 불을 켜놓고 자려고 할 때, 혼자 있는 것을 무서워 할 때, 집중력이 떨어지고 밖에 나가는 것을 두려워 할 때, 특정 인물이나 장소를 무서워 할 때 등이다. 또 성적인 행위를 흉내내거나 성에 대해 부쩍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상 징후다. ‘옆집 아저씨가 나 예쁘대’ ‘저 오빠 너무 이상해’ 등의 말을 하면 자연스럽게 “그 사람이 너한테 어떻게 했어” 라고 물어 진상을 파악하도록 한다.
자녀의 성폭력 사실을 확인한 이후에는 부모가 더욱 조심해야 한다. 큰일이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거나 화를 내선 절대 안 된다. 또 다그치거나 꼬치꼬치 캐물어도 안 된다. 신 소장은 “아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고 어떤 일이 일어났든 아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며, 이제 부모가 도와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킨 다음 전문가 도움을 받으라”고 일러준다.

해바라기아동센터는
여성부가 설립한 해바라기아동센터는 아동성폭력전담센터로, 성폭력 피해아동을 위한 상담· 의료· 법률 지원을 무료로 해주고 있다. 의사 임상심리사 상담전문가들이 상주하며, 365일 24시간 운영된다. 만 13세 미만의 성폭력 피해아동 외에 성폭력 피해를 당한 정신지체 장애인, 성폭력 피해아동의 가족은 모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서울을 비롯해 전국 10곳이 있으며, 내년 3곳을 추가로 개설할 계획이다.                          김혜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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